행정사 자격시험의 실시 배경
2013년부터 시행한 행정사 자격시험이 올해로 12회를 맞이한다. 본래 행정사 자격시험은 1961년 제정된 「행정서사법」 때부터 시행 근거를 두고 있었으나, 대략 50년 동안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는 「구 행정사법」 제4조의 의미를 “모든 국민에게 행정사 자격의 문호를 공평하게 개방하여 국민 누구나 법이 정한 시험에 합격한 자는 법률상의 결격사유가 없는 한 행정사업을 선택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구 행정사법 시행령」 제4조 제3항에서 “행정사의 수급상황을 조사하여 시험실시의 필요성을 검토한 후 시험의 실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시험실시계획을 수립하고”라는 내용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행정사 자격시험을 통해 행정사가 되고자 하는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2010.4.29. 선고 2007헌마910 전원재판부)
즉, 「행정사법」에 따라 자격시험이 실시되어야 함에도, 시행령을 근거로 자격시험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종전까지 경력 공무원에게만 주어지던 것이 자격시험 제도로 전환되어 일반에 개방되었다.
2013년에 머무는 행정사 자격시험
행정사 자격시험은 1차 객관식 시험(민법, 행정법, 행정학), 2차 논술형 시험(민법, 행정절차론, 사무관리론, 행정사실무법)으로 치러진다.
자격시험이 처음 시행되고 12년이 다 되도록 시험과목의 변경이 없다 보니, 행정사 제도에 부응하지 못하고 시대에 동떨어진 시험과목이 잔재하는 상황이다. 이제 현실에 맞는 시험과목으로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사의 실무역량과 연계된다고 할 수 있는 2차 논술형 시험 위주로 살펴보면, 1교시 ‘민법’ 과목에서 사례형 문제는 유형재산인 부동산을 주제로 하는 문제만 계속 출제되는 구태적인 상황이다. 「행정사법」 제2조의 “권리·의무 서류작성” 업무와 관련해서 오늘날 무형재산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자격시험의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교시 ‘사무관리론’은 그 과목명부터가 현재는 잘 호명하지도 않는 1991년 제정되었던 <사무관리규정>에 기원하고 있다. 더욱이 시험 범위 중에서 <행정업무규정>은 母法이 없는 대통령령으로서, 국가행정기관 내부의 업무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 국민이나 국민을 대행·대리하는 행정사가 참조할 내용이 전혀 없다.
공문서에 사용되는 용지 규격이나 암기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행정사 자격시험이다. (행정업무규정 제7조 제6항 “문서 작성에 사용하는 용지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가로 210밀리미터, 세로 297밀리미터의 직사각형 용지로 한다.”)
행정사 2차 시험과목의 수정 방향
행정사 자격시험의 과목 편성은 국민의 편익 도모라는 「행정사법」의 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행정사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가장 먼저 ‘사무관리론’ 과목에서 행정사 자격제도와 관련성이 심히 떨어지는 <행정업무규정>은 시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를 대체하여, 현행 ‘사무관리론’은 ‘행정기본법제’로 과목명을 수정하고, 2021년 제정된 「행정기본법」을 시험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행정기본법」은 행정 및 민원 전반에 적용되고 있으며, 행정의 원칙과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의 전문가인 행정사라면 마땅히 숙지하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또한, 무형재산에 대한 “권리·의무 서류작성” 업무에 대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1교시 ‘민법’ 과목에 「저작권법」(제1장부터 제5장의2)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종신정기금’ 같은 사문화된 전형계약을 암기시키는 것보다, 저작권을 학습도록 유도하는 것이 “행정사의 역량 강화”와 “행정사를 이용하는 국민의 편익 도모”에 도움이 더 될 것임은 분명하다.
조금 더 보충한다면, 행정불복제도(이의신청·행정심판) 이외에도, 국민이 직면한 행정 관련 사안을 비교적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는 “행정형 ADR(주요 조정제도)”에 대해서도 시험 내용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행정사 자격시험에 대해서는 그동안 업계나 행정안전부에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이에 따라, 예비 행정사(수험생)들은 실무에서 쓸모가 없는 지식을 억지로 암기하고 있고, 이러한 구태가 벌써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행정사가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자격시험 제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김민수 행정사 (대한행정사회 법제위원, 제4회 행정사시험)